📑 목차
1. 요가의 다섯 번째 단계, 마음의 방향을 바꾸다 - 쁘라띠야하라(Pratyahara)
요가의 여덟 단계 가운데 다섯 번째 단계인 쁘라띠야하라(Pratyahara) 는 ‘감각의 통제’를 의미한다.
산스크리트어 ‘프라티(Prati, 되돌리다)’와 ‘아하라(Ahara, 음식·섭취)’의 합성어로, ‘감각의 섭취를 되돌린다’, 즉 감각을 외부로부터 거두어들이는 과정을 뜻한다.
우리는 하루 대부분을 외부 자극에 노출되어 산다. 소리, 화면, 알림, 정보, 사람의 표정까지 모든 것이 끊임없이 감각을 자극한다.
쁘라띠야하라는 이 혼잡한 감각의 방향을 잠시 멈추고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전환점이다.

2. 감각이 마음을 지배할 때 생기는 문제
감각은 우리의 인식 창구지만, 동시에 마음을 가장 쉽게 흔드는 통로이기도 하다.
눈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귀는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이 감각적 편향이 반복되면 세상을 본인만의 주관적인 시선에 갇힌 상태로 바라보거나, 왜곡된 방향으로 해석하여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또한, 그 감각에 집착하게 되면 점차 마음은 외부 자극에 끌려다니며 쉽게 피로해진다.
요가는 이런 상태를 ‘의식의 분산’이라고 부른다.
감각이 통제되지 않으면, 우리는 ‘지금 여기’가 아니라 ‘밖의 세상’에만 머무르게 된다.
쁘라띠야하라는 그 방향을 안으로 되돌려 마음의 중심을 회복하는 단계다.
3. 쁘라띠야하라의 의미 – ‘감각의 절제가 아닌 감각의 자각’
많은 사람들이 쁘라띠야하라를 ‘감각을 억누르는 단계’로 오해한다.
하지만 요가의 본질은 억제가 아니라 인식이다.
쁘라띠야하라는 감각을 억지로 참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이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관찰하는 연습이다.
예를 들어, 명상 중에 시끄러운 소리가 들릴 때 ‘시끄럽다’고 반응하기보다, ‘소리가 있다’고 알아차리는 것이 쁘라띠야하라의 실천이다. 이 알아차림이 있다면, 그 이후의 반응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나를 위한 선택을 할 것인가, 아니면 내 마음을 어렵게 만드는 선택을 할 것인가는 본인에게 달렸다.
즉, 쁘라띠야하라는 감각은 그대로 두되, 반응을 멈추는 것으로 내 마음과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4. 쁘라띠야하라의 단계별 흐름
쁘라띠야하라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
① 인식 (Awareness)
자극이 있을 때, 나의 감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인식한다.
예: 눈이 피곤할 때, 귀가 예민할 때, 어떤 상황에서 감정이 흔들리는지 관찰.
② 조절 (Control)
외부 자극을 의식적으로 줄이거나 조절한다.
예: 불필요한 알림 끄기, TV나 스마트폰을 일정 시간 끄기, 조용한 공간 만들기.
③ 내면 전환 (Withdrawal)
외부를 향해 있던 감각과 나의 반응을 내면으로 옮겨본다.
예: 소리나 냄새가 존재해도 그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은 오직 호흡과 현재에 머무른다.
이 과정을 거치면 마음은 자연스럽게 안정되고, 다음 단계인 집중(다라나)으로 이어질 준비가 된다.
5. 쁘라띠야하라를 실천하는 방법
(1) 감각 다이어트
하루 중 일정 시간을 ‘감각 절식 시간’으로 만든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자극을 의도적으로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핸드폰, 음악, 사람, 음식, 소음 등 어떤 자극도 받지 않고 조용히 머무는 시간이다.
단 5분이라도 좋다. 그 시간 동안 감각의 방향은 외부에서 내부로 전환된다.
실천 예시:
- 퇴근 후 10분간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해보기
- 식사할 때 TV나 스마트폰 없이 ‘음식의 향과 맛’에만 집중해보기
-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빼고, 단순히 주변 공기를 느껴보기
- 길을 걸을 때 핸드폰을 보지 않고 온전히 내 발의 촉감과 몸의 움직임에 집중해보기
- 잠들기 전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온전히 내 몸과 호흡에 집중해보기
(2) 감각의 관찰 훈련
감각은 통제하려 하기보다 ‘관찰’로 다스린다.
소리를 들으면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기 보다는 ‘소리가 있다’, 향기를 맡으면 코를 막기 보다는 ‘향이 있다’고 알아차려본다.
감각을 억누르지 않고 인식하는 순간, 자극과 반응 사이에 ‘틈’이 생긴다.
그 틈이 바로 명상의 시작이다.
틈을 인지하기 시작하면, 점차 외부 자극에 대한 나의 반응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3) 환경의 정화
감각은 환경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따라서 감각을 다스리려면 공간을 정돈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내면에 집중하려고 노력해도 옆에서 가족이 계속 말을 걸거나,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가 재생 중인 상태라면 집중하기 어려운게 당연하다. 숙련자가 된다면 그러한 상황에서 조차 내면의 집중과 평화를 유지할 수 있겠으나, 입문자 단계에서는 스스로 감각을 조절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세팅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주로 깨끗하고 조용하고 밝은 공간은 자연스럽게 마음을 안정시킨다.
너무 대단한 환경의 변화를 시도하려고 하기 보다는 당장 내 눈앞에서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작은 것들부터 하나씩 환경 정화를 시작해보는 것이 좋다.
실천 팁:
- 침실이나 요가 공간은 단순하고 밝게 유지
- 향수보다 향초나 아로마를 활용해 후각 자극을 완화
- 디지털 기기 사용 전후로 3분간 눈 감고 휴식
- 책상위 불필요한 물건 치우기
- 가방 속 오래된 영수증 버리기
- 오랜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 기부하기
6. 쁘라띠야하라의 효과
꾸준히 쁘라띠야하라를 실천하면 다음과 같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 집중력 향상: 감각이 분산되지 않아 생각이 명료해진다.
- 정서 안정: 외부 자극에 즉각 반응하지 않아 감정의 기복이 줄어든다.
- 스트레스 완화: 자극이 줄어들면 뇌의 긴장 반응이 진정된다.
- 수면 개선: 감각의 과잉으로 인한 불면이 완화된다.
- 명상 준비: 감각의 소음이 줄어들면 명상 상태(디아나)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7. 일상 속 쁘라띠야하라 실천 루틴
아침: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창문을 열고 자연의 바람과 온도를 느끼기
출근길: 이어폰 대신 주변 소리를 조용히 들으며 호흡에 집중해보기
업무 중: 눈이 피로할 때 30초 동안 눈을 감고 호흡 관찰하기
퇴근 후: 10분간 불을 줄이고 향초를 켜고 조용히 앉아 내 몸의 변화 느껴보기
잠들기 전: 모든 전자기기 끄고, 내 몸이 침대에 닿는 감각 느끼기
이 루틴을 꾸준히 반복하면, 감각이 점점 예민해지기보다 섬세하고 고요해진다.
8. 마무리 – 감각이 고요해지면 마음이 깊어진다
요가의 다섯 번째 단계인 쁘라띠야하라는 외부 세계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내면의 공간으로 돌아가는 연습이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세상을 조용히 만드는 법은, 내 감각을 고요히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생각과 판단, 평가들이 사실은 내가 만들어낸 소리들이었다는 것을.
외부에 대한 판단과 평가 그리고 감각이 고요해질 때, 마음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이 바로 요가가 말하는 진짜 내면의 집중(다라나) 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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